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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만스 감상평 (스포O)

constexpr 2023. 4. 2. 21:3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말에 예전부터 계속 관심이 갔던 영화다.

 봐야지 봐야지했지만, 주말에 고향을 내려가랴 여행을 갔다오랴하느라 결국 못보고 넘어가게 되나 싶었다.

 CGV 예약으로는 어지간하지 않으면 2~3일 전까진 어떤 영화가 예매가능한지 알 수가 없어서 이번 주말 남는 시간에 던전 앤 드래곤 영화를 볼까 했는데, 마침 상영을 하고 있어 결국 보게 되었다.

 

 2시 20분 영화였는데, 매번 주말 조조로만 영화를 보다가 판교 CGV의 이런 시간대에는 처음 보게 된 것 같다.

주차장을 지하 6층까지 내려가야하고, 자리도 간당간당했다. 게다가 조조가 아니니 가뜩이나 비싼 표가 천원 더 비싸서 좀 압박이 있었다.

 앞으로는 조조 영화를 좀 우선적으로 보는 것으로 또 다짐하게 되었다.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자리에 앉으니, 옆에는 왠 노신사 한 분이 혼자 와서 앉으셨다. 혼자 영화를 보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뒤에는 영어 발음이 엄청 유창한 여성 두 분이 앉으셨는데, 영화 시작전에 계속 수다를 떠셔서 영화까지 그러시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기우였다. “fable mans”인데 왜 “파벨만스”로 변역했을까?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마 미국에서 살다오셨나 보다.

 

 결과적인 감상부터 말하면.. 음.

 소문이 자자한 잔치라고 해서 갔더니 샐러드가 맛있고 고기 반찬이 좀 부실했던 느낌?

 

 주인공인 샘이 영화와 그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빠지게 되는 부분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기발한 연출들과 그걸 담아내는 과정들을 샘이 점점 배워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장비들에 대한 이야기도 즐거웠다.

 

 그렇지만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나는 좀 아직까지도 아리송하다. 사실상 영화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서사인데, 나는 왜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어머니 역의 행위에 자꾸 의문이 들고 왜? 라는 감정이 들었다. 그 이유는 어떤 예술을 쫓는 자의 감정? 이끌림? 같은 것으로 표현하려고 한 것 같은데,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 역의 폴 다노에게 계속 감정 이입이 된 것 같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큰 할아버지와의 대화가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부부가 이혼하기로 했을 때도, 영화를 편집하고 있는 주인공 샘. 여동생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있냐고 하는 대화에서, 할아버지와의 대화가 떠오르면서 주인공의 행위가 정말 당연하다고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내에서 만든 샘의 영화들은 무척 좋았다. 영화안의 영화지만 정말 그 나이대에 만들 수 있을 법 하면서도 기발하고 재미있는 내용들이라 좋았다. 가족 캠핑 홈 비디오도 훌륭했다.

 

 좋은 의미로 의외였던 캐릭터는 주인공을 괴롭혔던 불리 역할의 캐릭터였는데, 초반에는 정말 무섭지만 판에 박힌 것 같은 느낌의 캐릭터여서, “다음에는 이런식으로 행동하겠군…”하는 예상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왠 걸, 이 캐릭터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전혀 상상치도 못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점이 너무 신선했다.

 

 다시 한 번 돌아보면, 올해 봤던 영화인 바빌론이 생각이 많이 난다. 영화를 만드는 것에 관련된 영화라는 점도 그렇고, 시선은 좀 다르지만, 감정적이고 파멸적이지만 사랑하는 어떤 이에 대한 서사가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다만 나는 파벨만스보다는 바빌론을 보면서 좀 더 마음이 깊숙히 움직였던 것 같다. 아마도 그 차이는 대부분 그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이해의 차이일 것이다. 이 감상을 쓰면서 내가 만약 좀 더 나이 들어서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좋은 영화였고, 유머러스한 부분들도 많았다.

 내 점수를 매긴다면 4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